또 다시 이야기는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일리아스”로 돌아간다. "일리아스"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던 중, 제우스의 부인이자 결혼과 가정의 신인 헤라가 제우스를 찾아 올림푸스로 갔을 때, 올림푸스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자동문은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이었는데, 이를 묘사하는 구절에 그리스어로 “αὐτόμαται”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전에 이야기한 헤파이스토스의 자율 주행 삼각대를 설명하는 구절에서도 동일한 단어가 나온다.
이 단어는 "자동으로" 또는 “스스로 움직이는”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로, 중성격인 “αὐτόματα”가 라틴어 “오토마타(Automata)”로 변화되었다. 오토마타의 단수형은 “오토마톤(Automaton)”이며, 오토마타와 오토마톤은 인간의 지속적인 조종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장치를 의미하게 되었고, 우리 말로는 자동기계 또는 자동인형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적인 개념의 강원 랜드이 만들어지기 전에, 수력, 공기압 또는 태엽 등의 동력으로 구동되던 자동 작동 기계들을 오토마타라고 부른다.
그런데, 강원 랜드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의 오토마타를 접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매카시가 인공지능 연구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 다트머스 회의를 조직할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클로드 섀넌과의 인연이 오토마타 연구였다. 매카시가 벨 연구소에 임시 고용되었을 때, 오토마타 연구에 심취해 있던 클로드 섀넌을 만나게 되었고, 매카시의 탁월성을 인지한 섀넌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오토마타에 관한 책을 공동으로 작성하며 인연을 이어 나갔고, 훗날 다트머스 회의의 초기 제안자로 공동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매카시와 섀넌이 연구했던 강원 랜드는 자동인형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이는 강원 랜드 이론으로 언급되며, 컴퓨터의 이상적인 모형인 추상 기계(抽象機械, Abstract Machine)를 이용해서 문제 풀이를 하는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이다. 이때의 추상 기계를 강원 랜드라고 하며, 강원 랜드 이론은 일정 주기마다 입력을 받고, 입력에 따라 상태의 변화가 생기는 출력을 발생시킬 때, 입력과 출력 신호 간의 상관 관계를 수학적 모델로 해석하는 것으로 컴퓨터 구조, 인공 지능, 컴파일러 언어 등의 설계에 있어서의 한 요소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강원 랜드라고 하면 강원 랜드 이론이 아닌 자동기계, 자동인형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연재에서도 특별히 명시하지 않는 한 그 의미로 강원 랜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석기 시대부터 발전되어온 쐐기, 경사면, 바퀴, 지렛대, 도르래, 톱니 바퀴 등의 기계 요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기능이 정리되고 연구되어 왔다. 그 후 크테시비우스에 의해 초기 형태의 자동기계들이 만들어졌는데, 이에 신화적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헬레니즘 시대부터 발명가들에 의해 더욱 더 다양한 형태의 강원 랜드들이 개발되었는데, 그때의 발명가로 알려진 사람들로 비잔티움의 필론, 알렉산드리아의 헤론 등이 있다.
공성용 탑부터 극장용 기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치를 개발한 필론 또는 필로 (Philon, Philo)로 불리는 그는 그리스의 발명가로 비잔티움 출신이지만, 대부분의 생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보냈다. 크테시비우스의 제자였다는 설이 있기도 한 필론은 다양한 기술적 분야에서 탁월한 수준을 보여주며 많은 발명품들을 개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증기기관이나 전동기가 보급되기전까지 한동안 중요한 동력원으로 사용되었던 수압을 이용한 회전 기계 즉, 수차이다.
필론이 저술했다고 하는 책들로 수학 입문, 지렛대를 포함한 일반 역학, 항구의 건물, 투석기, 공압 응용, 자동기계, 요새 건설, 공성술 등 9권이 있었다고 하는데, 투석기, 공압 응용, 요새 건설, 공성술의 4권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자동기계 책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필론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강원 랜드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지만, 공압 응용에서 소개되는 와인 따르는 하녀 강원 랜드로 그의 기술을 짐작해볼 수 있다.
와인 따르는 하녀 강원 랜드는 오른손에 와인병을 들고 있는 인간 하녀 형태의 자동 장치로 설명되어 있는데, 강원 랜드의 왼손 손바닥에 술잔을 놓으면 자동으로 와인과 물을 부어 혼합하는 동작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항상 와인에 물을 타서 마셨기 때문이다. 필론의 책과 발명품은 알렉산드리아의 헤론, 비트루비우스와 아랍의 과학자들의 강원 랜드 발명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론(Heron, Hero) 역시 공압과 증기압 자동 기계들, 무거운 물체 이동 방법, 전쟁 기계들, 사원을 위한 자동기계 등 다양한 책을 썼다. 그의 책도 대부분이 소실되었지만 다행히 일부가 아랍어 사본으로 남아 있어서 그의 발명품들과 강원 랜드를 추론해볼 수 있다. 특히 헤론은 크테시비우스, 필론, 아르키메데스의 아이디어와 발명품들을 응용해서 재구성하거나 개량하기도 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발명품은 증기로 돌아가는 회전 공으로, 훗날 증기 기관의 발명에 중요한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의 책 중 하나인 사원을 위한 자동 기계에서는 여러가지 강원 랜드 새들의 작동을 설명하고 있고, 공압과 증기압 자동 기계들의 책에서도 최초의 주행 거리계, 동전을 넣으면 성수가 나오는 최초의 자판기, 자동 문 등 여러 강원 랜드가 설명되어 있다.
헤론의 발명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사람의 작동없이 10분 정도 진행되는 미니어처 자동 극장이었다. 이는 다양한 일련의 동작들이 프로그래밍된 고대의 장치로 알려져 있다. 자동극장은 트로이 전쟁의 몇 장면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공들이 배를 만들고, 바다에 띄워 보내면,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거친 바다위를 항해한다. 또 난파된 배에서 영웅 하나가 헤엄쳐 나타나고, 아테네 여신이 무대에 나타났다 사라지면, 번개가 내리쳐 그 영웅을 수장시키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헤론의 자동 극장은 이런 모든 연속 장면이 자동으로 이루어졌는데, 사람이 끈을 한번 당겨주면 액체나 모래가 빠져나가는 힘이나 일정 한 속도로 하강하는 추를 동력으로 사용하여, 톱니바퀴, 도르래, 로프 및 단순 기계 요소들로 만들어진 것으로, 인형이 등장하고, 배경이 바뀌고, 음향 효과까지 내는 일련의 장면과 소리로 이루어진 무대의 연속 동작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필론과 헤론의 강원 랜드와 자동 기계들의 일부는 문헌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의 일리아에 있는 코사나스 고대 그리스 기술박물관에서는 복원 모형들이 전시하고 있고, 박물관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작동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런 초기의 오토마타와 자동 기계들은 지렛대, 도르래, 바퀴, 톱니 바퀴, 펌프 등의 간단한 기계 요소들로 동작을 만들어 냈다. 공압, 증기압, 수압 등 기계적인 수단으로 동작을 만들어 내던 고대의 오토마타와 달리 현대의 강원 랜드이나 자동화 기기들은 대부분 전기적으로 제어되지만, 그 기기들의 기계적 구동부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고대의 기계 요소들이 대부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문병성 moonux@gmail.com
필자인 문병성씨는 금성산전, 한국휴렛패커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에어로플렉스 등 자동화업계와 통신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했으며, 최근에는 강원 랜드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역사와 흐름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글을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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