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금속의 성질은 강하고 딱딱한 물건으로 쉽게 휘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뛰어 넘는 것이 형상기억합금이다. 형상기억합금이란 가공된 어떤 물체가 망가지거나 변형되어도 끓는 물 등으로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합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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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비비안은 형상기억합금 소재의 볼륨키퍼 와이어를 사용한 ‘볼륨키퍼’ 브라를 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
1938년 하버드대학교의 그레닝거 교수와 MIT공대의 무래디언 교수는 금속에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형상기억효과를 발견했다. 이후 이런 금속이 여러 종류임도 밝혀졌다. 1963년에 미 해군 병기연구소에서 티타늄과 니켈합금의 배합비를 조절하면 형상기억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니티놀(Nitinol)이란 이름을 붙였다.
형상기억합금이 기억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인데 첫 번째는 1방향 기억이다. 적당한 모양으로 기억시킨 합금을 저온에서 변형시킨 후 일정한 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회복되는데, 이것을 다시 저온으로 해도 온도 올리기 전의 변형된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2방향 기억으로 이것은 1방향 기억과 달리 고온에서의 형상과 온도를 올리기 전 실온에서의 형상을 동시에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초탄성 거동이다. 일반금속은 힘을 주어 늘리면 힘이 제거되어도 늘어난 그대로의 길이가 된다. 그러나 형상기억합금은 초탄성처리를 하면 금속고무가 된다. 즉 힘을 주어 늘어나게 한 다음 힘을 제거하면 고무처럼 곧바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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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터미네이터 2」의 한 장면. |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등장한 변형터미네이터 액체금속 살인기계 T-1000은 총탄으로 몸에 구멍이 뚫리면 금방 액체 금속의 피부가 뚫린 구멍으로 흘러 들어가는가 하면 폭탄을 맞아 산산조각 부서져도 몽땅 녹아내린 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장면을 보고 많은 영화팬들이 큰 충격에 빠졌는데 이는 결코 상상만이 아니다.
현재 이러한 형상기억합금은 여러분야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다. 혈관, 위장관, 담도 등 혈액이나 체액의 흐름이 순조로워야 하는데 부위에 악성 종양 등이 생겨 흐름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외과적 수술을 통하지 않고 좁아지거나 막힌 부위에 형상기억합금을 삽입하여 사용한다. 이외에도 의류에도 적용되는데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소매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별도의 다림질이 필요 없는 셔츠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